자유게시판
ㆍ작성자 박용우
ㆍ작성일 2016-03-26 (토) 09:37
ㆍ추천: 0  ㆍ조회: 566       
ㆍIP: 175.xxx.221
2007. 2. 15 조선일보 전통의 맛 종갓집 떡국

서계공 종갓집 턱국.jpg


2007년 2월 15일 (목) 09:50 조선일보

종갓집 떡국…전통의 맛 ‘남다른 정성’


“종갓집 떡국이라고 별다른 거 없어요. 그저 남들 설에 먹는 떡국하고 똑같아요.”

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 서울에서 30리 거리다.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차를 달리면 서울 광화문에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이곳에 고풍스런 한옥 사랑채가 양지바른 언덕에 번듯하게 들어 앉았다. 수락산이 옆과 뒤를 둘러싸 포근하면서도, 앞은 툭 트여 도봉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1629~1703) 선생이 살던 곳이다. 지금은 선생의 11대 종손 박찬호(朴贊鎬·85)옹과 아들 용우(龍雨·55)씨 부부, 손자들 이렇게 3대가 산다.

설을 맞아 전통적인 떡국은 어떤 모양이며 맛일지 궁금했다. 전통 지킴이 하면 종가(宗家)만한 곳이 없지 않은가. ‘한배달 우리차문화원’ 원장이자 국립문화재연구소 전통음식조사자문위원인 이연자씨가 박세당 종가를 추천했다.

이 댁에서 전해오는 떡국 만드는 법은 이렇다. 우선 양지나 사태를 넉넉히 삶아 육수를 낸다. 사골을 고기와 함께 쓰는 집이 많지만, 여기선 고기만 쓴다. 몇 해 전 세상을 뜬 시어머니를 대신해 종부(宗婦) 역할을 하고 있는 차종부 김인순(金仁順·53)씨는 “사골을 쓰면 국물이 우리 입에 너무 진하고 탁한 것 같아 그런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삶은 고기를 건져내 식으면 쪽쪽 찢어서 조선간장(국간장)과 소금,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깨로 조물조물 무쳐 떡국에 얹을 꾸미를 만든다. 달걀 노른자와 흰자로 부친 지단은 가늘게 썰어 둔다. 떡국을 맛보니 다른 집보다 간이 약하고 담백한 것이 옛날 맛이다.

차종부 말마따나 종갓집 떡국이라고 준비과정이 별다를 바 없다. 하지만 떡국을 드시는 분들이 다른 집과 다르다. “저희 집이 자손이 적어서 설날 다 모여도 10여 명이 전부지요. 그런데 종가라서 4대 봉사하거든요. 윗대 할아버님 네 분과 그 부인들, 그리고 돌아가신 시어머니까지 아홉 분에게 떡국을 올려요.” 산 사람이 먹는 떡국과 돌아가신 분들 잡숫는 떡국 그릇 수가 비슷한 셈이다.

그리고 떡국에 들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다른 집들처럼 썰어둔 가래떡을 떡집에서 사오지 않는다. 쌀을 떡집에 가져가 떡을 뽑아서 2~3일 집에 뒀다가, 떡이 꾸덕꾸덕 마르면 직접 썰어 쓴다. 차례상에 잡채가 오른다는 점이 다른 종가에 없는 독특한 전통이다. “숙채 대신 쓰는데, 옛날부터 그랬다고 어른들이 그러시더라고요.” 돼지고기 편육도 상에 오른다. 돼지 목살을 찬물에 담가 핏물을 뺀 다음, 물·술·진간장·국간장·다진 마늘·다진 생강·후춧가루를 넣어 만든 양념장에 2시간쯤 재 뒀다가 삶는다. 고기가 무르면 건져내 식혀서 폭 4㎝로 저며 제기에 담아 올린다. 양념장이 따로 필요 없다. 빈대떡은 유난히 노랗다. “치자를 넣어요. 치자를 넣으면 더 쫀득해지기도 해요. 쫀득하라고 쌀가루도 녹두에 섞어 부쳐요.”

잡채와 편육, 빈대떡 외에도 반(밥), 갱(국), 탕 세 가지, 각종 전, 밤, 대추, 배, 사과, 조과(산자, 약과), 숙채(도라지, 시금치, 고사리나물) 등등 갖은 음식이 차례상에 오른다. 떡국이 올라가는 설 차례상에는 반과 갱이 없다.

보통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 않을 듯한데, 올해로 28년째 음식을 준비해온 김인순씨는 담담하게 말한다. “우리는 상이 간단해요. 증시조(박세당) 어른이 제사상이나 차례상 음식 많이 차리지 말고, 낭비하지 말고 시대에 맞춰서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 할아버지가 실학자시잖아.” 자부심 넘친다. 올 설에도 아홉 분이 맛있게 떡국을 드시겠다.


▲ 박세당 종가 떡국 / 김성윤 기자
   
  0
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