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산에서 들리는 그 소리新 서울, 전설의 고향 ⑫ … 수락산 이름의 유래
페이지 정보
본문
|
“수락아~ 수락아!” 애절한 목소리가 온산에 메아리 소리로 울렸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수락아, 네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이냐, 흑흑~” 어깨에 튼튼한 활과 화살통을 메고, 손에는 크고 날카로운 창을 든 건장한 사냥꾼. 그러나 표정은 너무 슬퍼 보였다. "네가 나를 잡겠다고? 어림없지. 네 아들이나 잘 돌볼 일이거늘. 감히 나를……." 수락을 부르는 목소리를 들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커다란 호랑이였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강원도 영월 땅에 살고 있는 사냥꾼 한 사람이 아직 어린 아들과 함께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호랑이는 경기도 양주 땅에 있는 산속에 살고 있었는데 영악하기 짝이 없어 인근 마을의 소와 말, 그리도 개와 돼지 등을 자주 물어갔다. 피해가 늘자 백성들은 관가에 호랑이를 잡아 줄 것을 청원하기에 이르렀다. 관가에서는 호랑이를 포획하거나 사냥하는 사람에게 많은 상금을 내리겠다고 방을 붙였다. 포상금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내로라하는 사냥꾼들이 몰려들었지만 아무도 그 호랑이를 사냥하지 못했다.
강원도 영월 땅의 소문난 사냥꾼 김서방도 이 소문을 듣게 되었다. 얼마 전에 아내를 잃은 그에게는 아직 나이 어린 아들이 딸려 있어서 선뜻 호랑이 사냥에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 아홉 살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소문을 듣고 와서 당장 아버지에게 왜 호랑이 사냥에 나서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버지는 솔직하게 아직 어린 너만 홀로 집에 남겨두고 사냥을 떠날 수 없어 망설이고 있노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아들이 대담하게 나섰다. “아버지 저도 이제 산을 타고 달리며 어지간한 짐승은 사냥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어린 나이에 비해 기골이 장대하고 튼튼한 아들이 장담하고 나서자 아버지는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한편 흐뭇했다. 앞으로 어차피 대를 이어 사냥꾼으로 살아가야 할 아들인지라 호랑이 사냥에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양주 땅의 호랑이가 은거한다는 산에 도착한 사냥꾼 부자는 우선 골짜기 작은 동굴에 짐을 풀고 숙소로 삼았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호랑이의 흔적을 살피며 치밀하게 추적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것은 영악한 호랑이였다. 자신의 뒤를 쫓는 집념과 기술이 다른 사냥꾼들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위기를 느낀 호랑이는 산등성이를 넘어 다른 골짜기로 피신했다. 그러자 이들 부자도 그 흔적을 찾아 도솔봉 바위봉우리와 종처럼 생긴 바위, 자루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 능선길을 더듬어 넘으며 추적을 계속했다.
그러나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예민한 호랑이를 따라 잡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추적하고 쫓기는 싸움이 며칠 간 계속되고 있던 어느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김서방은 동굴에서 아침을 지어먹고 나서며 어린 아들에게 쉬라고 권했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아무리 나이보다 튼튼하다고는 해도 아직은 어린 아들에게 무리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을 나선 사냥꾼은 비를 맞으며 호랑이가 숨어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다시 추적에 나섰다. 한편 호랑이는 이날도 사냥꾼 부자의 눈을 피해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자신을 뒤쫓는 사냥꾼을 살펴보니 혼자가 아닌가. 호랑이는 사실 아버지 사냥꾼이 두려울 뿐 체격은 제법 컸지만 아들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들은 어디에 있을까? 호랑이는 금방 짐작이 되었다. 호랑이는 재빨리 사냥꾼 부자가 숙소로 삼고 있는 동굴로 달려갔고, 살금살금 접근해 깊은 잠에 곯아 떨어져 있는 아들을 덮쳤다. 잠들어 있던 아들은 커다란 호랑이의 기습공격에 비명도 질러보지 못하고 물려가고 말았다.
한편 비를 맞으며 호랑이의 흔적을 찾아 추적하다가 실패하고 동굴로 돌아온 사냥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던 아들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들이 누워있던 자리에 핏자국이 선명하고 호랑이의 발자국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사냥꾼은 너무 놀라 쓰러질 것 같았다. 호랑이 사냥을 나왔다가 호랑이는 잡지 못하고 사랑하는 아들을 호랑이에게 잃다니. 정신을 가다듬은 사냥꾼은 밖으로 뛰쳐나와 아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수락아~ 수락아!” 호랑이에게 물려간 아들 이름이 수락이었다. 아들을 잃은 충격에 정신까지 혼미해진 사냥꾼은 “수락아~ 수락아!” 아들 이름을 부르며 산등성이로 뛰어 올라갔다. 봉우리를 넘고 골짜기를 달리며 아무리 애타게 아들의 이름을 불러도 호랑이에게 물려간 아들은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어두워진 밤까지 아들을 찾아 헤매던 사냥꾼은 어느 바위 절벽 위에서 발을 헛디뎌 그만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 이 산에서는 비가 내리는 날이면 골짜기와 능선에서 “수락아~ 수락아!” 하고 부르는 애절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연유로 이때부터 이 산 이름을 수락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전설이 깃든 수락산은 노원구 상계동과 의정부시, 그리고 남양주시의 경계지역에 있으며 도봉산과 함께 서울의 북쪽 경계를 이룬다. 거대한 화강암 암벽과 기암괴석 봉우리가 우람한 아름답고 험한 산이다. 요즘은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멋진 산으로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과 더불어 서울의 4대 명산으로 불린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도솔봉을 지나 불암산으로 능선이 이어지며 동쪽에 금류계곡이 있다. 서쪽 비탈면에 쌍암사와 석림사, 남쪽 비탈면에 학림사와 흥국사, 동쪽 비탈면에 내원암 등 사찰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하철 4호선 상계역과 당고개역, 그리고 7호선 수락산역에서 바로 오를 수 있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