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자수
  • 오늘1,005
  • 어제801
  • 최대1,363
  • 전체 308,039

자유게시판

40대 종손들

페이지 정보

no_profile 박태서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05-22 14:37 조회4,996회 댓글0건

본문

 

[조용헌 살롱] 40대 종손들

 

조용헌
한국의 종가(宗家)는 외국에는 없는 형태의 집이다. 물론 외국에도 수백 년 역사를 가진 집은 있지만, 한국의 종가처럼 지손(支孫)들과 종가가 횡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종적으로는 300~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횡적으로는 족보(族譜)와 문중(門中)을 연결고리로 하여 수만 명의 지손들과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는 집이 한국의 종가인 것이다.

현재 고택이 남아 있는 우리나라 종가의 60%는 영남에 집중되어 있다. 충청과 호남을 합쳐도 영남을 따라가지 못한다. 종가가 잘 보존되려면 종손(宗孫)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종손은 직장이 없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생활이기도 하다. 그래야만 집을 지킨다. 산업사회가 되면서 모두 다 서울로 대도시로 갔다. 종손이 직장 따라 서울로 가면 그 종가는 무주공택(無主空宅)이 되어 유명무실해진다.

모두 다 서울로 가는 시대정신에 역행(?)하여 지방의 종가를 지키는 젊은 종손들이 있다. 경주 양동이씨들의 종택인 무첨당(無添堂)의 이지락(41), 상주에 있는 우복(愚伏) 종가의 종손 정춘목(42), 안동 고성이씨 탑동(塔洞) 종택의 이효근(41)이 바로 그러한 40대 종손들이다. 1980년대 중반에 대학을 입학한 이 세대는 학교 다닐 때 데모도 많이 했던 세대이다. '자본론'도 읽었다. 그렇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에 시골에 내려와 종가를 지키고 있다. 찾아오는 방문객들 접대하는 접빈객(接賓客)과 조상 제사 지내는 봉제사(奉祭祀)가 이들의 주요 일과이다.

그러자니 생활비가 일반 가정의 2배 이상 들어간다. 무첨당의 경우에는 문중에서 종손 품위유지비로 매달 400만원씩을 지원한다. 탑동 종택의 경우에는 일반인에게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비용을 충당한다. 우복종택은 어렵다. 공휴일에는 평균 서너 팀의 방문객이 찾아오는데, 양반집답게 다과상을 차려야 한다. 이들 종손들은 평일에는 사서삼경과 보학(譜學)을 공부한다. 사서삼경을 알아야만 조상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조상과 대화가 되지 않으면 종손생활을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수백 년 된 종가들의 종손은 유교문화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인간문화재'로 대접해야 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