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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_profile 박승혁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2-09-15 16:58 조회3,7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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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자가례전통예절: 전계현氏 운영>의 대답은 실제 상황을 세부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컨대,
양(陽)자 항렬인 20세의 대학생이 서(緖)자 항렬인 80세의 노인을, 앞에서 직접 "족손" 하고 부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색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21세기 현대 감각에도 맞지 않는 것 같고, 나아가서, 뭔지 몰래 불손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물론 글[文] 속에서, 또는 제3자로 "족손(族孫)"이라 지칭(指稱)할 때에는 거부감이 덜해지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직접 대면하여 부르는 호칭(呼稱)으로 "족손"을 사용하는 것은 어딘지 몰래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제 경험을 참고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어릴 적 살았던 고향 동네는 경북 지역의 반남박씨 최대 집성촌이었습니다. 제 항렬(勝)이 비교적 높아서 동네 분들이 저를 "아재/아저씨", "할배/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제는, 제가 그 분들을 어떻게 부르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항렬은 저보다 낮은데 나이는 저보다 (한참) 많은 분들을 어떻게 불렀을까요?
바로 <(택호+)어른/어르신>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한 호칭법은 경북북부지역의 일반적인 호칭법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다음, 언젠가 문득 그 문제가 다시 생각나서, 한학과 예법에 밝은 전문가(별세하심)에게 문의를 드렸더니 대략 다음과 같은 답을 주셨습니다.

(1) 갑(甲)이 을(乙)보다 항렬은 하나가 높으나 나이는 을보다 적을 때.
     甲은 乙을 "족장(族丈)" 또는 "어른/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쓴다.
     乙은 甲을 "족숙(族叔)" 또는 "아저씨/아재"라고 부르고 같이 존댓말을 쓴다.

(2) 갑(甲)이 을(乙)보다 항렬이 두 단계 이상 높으나 나이는 을보다 적을 때.
     甲은 乙을 "족장(族丈)" 또는 "어른/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쓴다.
     乙은 甲을 "족조(族祖)", "대부(大父)" 또는 "할배/할아버지"라고 부르고 같이 존댓말을  쓴다. 다만, 연령차가 많은 경우에는 우리말의 느낌 때문에 "할배/할아버지"라는 호칭은 잘 쓰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용어는 "족장(族丈)"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국어사전에는 "族丈"을 나이와 항렬이 모두 위인 무복친에게 쓰는 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즉 "族丈"이라는 말은 항렬과는 상관 없이 그저 "씨족의 어른"이라는 존칭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항렬이 낮더라도 연령이 (한참) 위가 되면 쓸 수 있는 호칭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족장"이라는 말은 한문투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고리타분하게 들려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호칭으로 들리기 쉽습니다. 따라서 10대, 20대, 30대 등 비교적 젊은 세대들이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것 같습니다. 그 분 의견은, 쉽고 무난한 "어른/어르신"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권하셨습니다.

물론 이러한 호칭은 甲과 乙의 연령대가 어느 연령대이냐에 따라 방식이 좀 달라질 수도 있고, 甲과 乙의 연령 차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또한 甲과 乙의 친소관계(親疏關係)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20세인 陽자 항렬인 사람이 22세인 緖자 항렬인 사람을 "族孫"하고 부르는 것은 어쩐지 우스꽝스럽게 들릴 것입니다.

한편, 한 동네 또는 이웃 동네에서 태어나서 자라나 (친구 같은 사이인) 80세의 양자 항렬인 사람이 82세의 서자 항렬인 사람을 "族丈"이니 "어르신"이니 하고 부르는 것도 어쩐지 어색하게 들릴 것입니다.

여러 어르신들의 좋은 조언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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