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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방경 각외전 번역문 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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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승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8 15:49 조회2,092회 댓글0건

본문


友居倫季。匪厥疎卑。如土於行。寄王四時。親義別叙。非信奚爲。常若不常。友廼正之。所以居後。廼殿統斯。三狂相友。遯世流離。論厥讒諂。若見鬚眉。於是述馬駔。士累口腹。百行餒缺。鼎食鼎烹。不誡饕餮。嚴自食糞。迹穢口潔。於是述穢德先生。閔翁蝗人。學道猶龍。託諷滑稽。翫世不恭。書壁自憤。可警惰慵。於是述閔翁。士廼天爵。士心爲志。其志如何。弗謀勢利。達不離士。窮不失士。不飭名節。徒貨門地。酤鬻世德。商賈何異。於是述兩班。弘基大隱。迺隱於遊。淸濁無失。不忮不求。於是述金神仙。廣文窮丐。聲聞過情。非好名者。猶不免刑。矧復盜竊。要假以爭。於是述廣文。孌彼虞裳。力古文章。禮失求野。亨短流長。於是述虞裳。世降衰季。崇飾虗僞。詩發含珠。愿賊亂紫。逕捷終南。從古以醜。於是述易學大盜。入孝出悌。未學謂學。斯言雖過。可警僞德。明宣不讀三年善學。農夫耕野。賓妻相揖。目不知書。可謂眞學。於是述鳳山學者。


방경각외전(放璚閣外傳)


자서(自序)


오륜 끝에 벗이 놓인 것은 / 友居倫季
보다 덜 중시해서가 아니라 / 匪厥疎卑
마치 오행 중의 흙이 / 如土於行
네 철에 다 왕성한 것과 같다네 / 寄王四時
친(親)과 의(義)와 별(別)과 서(序)에 / 親義別敍
신(信) 아니면 어찌하리 / 非信奚爲
상도(常道)가 정상적이지 못하면 / 常若不常
벗이 이를 시정하나니 / 友迺正之
그러기에 맨 뒤에 있어 / 所以居後
이들을 후방에서 통제하네 / 迺殿統斯
세 광인이 서로 벗하며 / 三狂相友
세상 피해 떠돌면서 / 遯世流離
참소하고 아첨하는 무리를 논하는데 / 論厥讒諂
그들의 얼굴이 비치어 보이는 듯하네 / 若見鬚眉

이에 마장전(馬駔傳)을 짓는다.

선비들이 먹고사는 데에 연연하면 / 士累口腹
온갖 행실 이지러지네 / 百行餒缺
호화롭게 살다가 비참하게 죽는다 해도 / 鼎食鼎烹
그 탐욕 고치지 못하거늘 / 不誡饕餮
엄 행수(嚴行首)는 똥으로 먹고살았으니 / 嚴自食糞
하는 일은 더럴망정 입은 깨끗하다네 / 迹穢口潔

이에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을 짓는다.

민옹은 사람을 누리같이 여겼고 / 閔翁蝗人
노자(老子)의 도(道)를 배웠네 / 學道猶龍
풍자와 골계로써 / 託諷滑稽
제멋대로 세상을 조롱하였으나 / 翫世不恭
벽에 써서 스스로 분발한 것은 / 書壁自憤
게으른 이들을 깨우칠 만하네 / 可警惰慵

이에 민옹전(閔翁傳)을 짓는다.

선비란 바로 천작이요 / 士迺天爵
선비의 마음이 곧 뜻이라네 / 士心爲志
그 뜻은 어떠한가 / 其志如何
권세와 잇속을 멀리하여 / 弗謀勢利
영달해도 선비 본색 안 떠나고 / 達不離士
곤궁해도 선비 본색 잃지 않네 / 窮不失士
이름 절개 닦지 않고 / 不飭名節
가문(家門) 지체(地體) 기화 삼아 / 徒貨門地
조상의 덕만을 판다면 / 酤鬻世德
장사치와 뭐가 다르랴 / 商賈何異

이에 양반전(兩班傳)을 짓는다.

홍기는 대은이라 / 弘基大隱
노니는 데 숨었다오 / 迺隱於遊
세상이야 맑건 흐리건 청정(淸淨)을 잃지 않았으며 / 淸濁無失
남을 해치지도 않고 탐내지도 않았네 / 不忮不求

이에 김신선전(金神仙傳)을 짓는다.

광문은 궁한 거지로서 / 廣文窮丐
명성이 실정보다 지나쳤네 / 聲聞過情
이름나기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 非好名者
형벌을 면치 못하였거든 / 猶不免刑
더구나 이름을 도적질하여 / 矧復盜竊
가짜로써 명성을 다툰 경우리요 / 要假以爭

이에 광문전(廣文傳)을 짓는다.

아름다운 저 우상은 / 孌彼虞裳
옛 문장에 힘을 썼네 / 力古文章
서울에서 사라진 예(禮)를 시골에서 구한다더니 / 禮失求野
생애는 짧아도 그 이름 영원하리 / 亨短流長

이에 우상전(虞裳傳)을 짓는다.

세상이 말세로 떨어져 / 世降衰季
허위만을 숭상하고 꾸미니 / 崇飾虛僞
시를 읊으면서 무덤을 도굴하는 / 詩發含珠
위선자요 사이비 군자라네 / 愿賊亂紫
은자인 체하며 빠른 출세를 노리는 짓을 / 逕捷終南
예로부터 추하게 여겼느니 / 從古以醜

이에 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을 짓는다.

집에서 효도하고 밖에서 공손하면 / 入孝出悌
배우지 않았어도 배웠다 하리니 / 未學謂學
이 말이 비록 지나치지만 / 斯言雖過
거짓 군자를 경계할 만하네 / 可警僞德
공명선(公明宣)은 글 읽지 않았어도 / 明宣不讀
삼 년을 잘 배웠으며 / 三年善學
농부가 밭을 갈며 / 農夫耕野
아내를 손님같이 서로 공경하니 / 賓妻相揖
글자를 읽을 줄 몰라도 / 目不知書
참된 배움이라 이를 만하네 / 可謂眞學

이에 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을 짓는다


방경각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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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전〉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민옹전(閔翁傳)〉 〈광문자전(廣文者傳)〉 〈양반전(兩班傳)〉 〈김신선전(金神仙傳)〉 〈우상전(虞裳傳)〉 〈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 〈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의 총 9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뒤의 두 편은 소실되어 제목만 전한다. 박지원은 20대에 이르러 과거 준비에 전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시의 정치상황과 양반사회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 즈음 자신의 우울증을 달래려고 이야기꾼들을 불러다가 세상사의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냈다. 여기에서 소재를 얻어 쓰게 된 이 소설들은 박지원의 초기문학을 대표한다. 이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거지, 농부, 일꾼 등 무식하고 비천한 하층 민중들이다. 박지원은 이들의 진솔하고 활기찬 삶을 통하여 당시 양반사회의 윤리적 타락상을 통렬하게 풍자하고 있다. 중요한 몇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마장전〉은 말거간꾼으로 일하는 친구 세 사람이 친구 사귀는 법을 이야기한다. 명리만 쫓는 당시 양반들의 친구 사귐을 풍자하는 작품이다.

〈예덕선생전〉은 엄행수(嚴行首)라는 사람은 동네에서 똥을 퍼내며 살고 있었는데 선귤자(蟬橘子)라는 유명한 학자와 친하게 지냈다. 그 학자의 제자가 그렇게 비천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이유를 스승에게 물었다. 선귤자는 엄행수의 가난하면서도 허식이 없는 진솔한 삶에 이끌려 그에게서 배울 점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예덕선생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대답한다.

사제간의 문답 형식으로 씌어진 작품이다.

〈광문자전〉은 청계천변에 사는 광문은 거지아이들의 두목이 된다. 광문은 우여곡절의 삶 끝에 어떤 사람의 소개로 한 가게에 사동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에서 돈을 훔쳤다는 혐의를 받아 수세에 몰렸으나 이윽고 오해임이 드러났다. 주인은 그에게 사과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사람됨을 칭찬하는 바람에 광문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이후에도 광문은 계속 진실하게 살아나갔다.

〈양반전〉은 가난한 한 시골 양반이 관곡(官穀)을 빌려 먹고는 갚지를 못하자 그 마을 부자인 상민에게 자신의 양반 신분을 팔려고 했다. 그러나 계약서에 양반 신분의 너무나 복잡한 허례허식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상민은 양반이라는 신분에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는 다시는 양반을 부러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양반의 빚을 갚아주었다.

이 외에도

〈김신선전〉은 신선의 존재를 부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역학대도전〉의 '대도'란 가식과 허위로 살아가는 유학자들을 일컫는다. 이처럼 《방경각외전》에 실린 이야기들은 당대 사회현실의 모순을 풍자함으로써 실학자로서의 박지원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집을 굳이 '외전(外傳)'이라고 칭한 것은 주인공들이 정사(正史)와는 무관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이런 인물들을 통하여 주변의 현실적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두산 동아 백과사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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