祭朴大觀 (炡)文 ⟪계곡선생집⟫ 제9권 제문(祭文)
페이지 정보
본문
祭朴大觀文
⟪계곡선생집⟫ 제9권 제문(祭文)
嗚呼 / 슬프도다.
我初識子 / 내가 자네 처음 안 건
癸亥之春 / 계해년 봄철의 일
少我九歲 / 아홉 살 연하로서
視我猶昆 / 날 형처럼 여겼었지.
利名之交 / 이익 명예 따른 교제
淺深可知 / 그 깊이 알 만하니
翕然而集 / 우르르 몰려들었다가
渙然而離 / 썰물 빠지듯 흩어지지.
獨我於子 / 유독 나는 자네에 대해
一見深託 / 한 번 보고 깊은 교분 맺었는데
金石可渝 / 쇠와 돌이 변할망정
此心無斁 / 이 마음 바뀐 일 없었다오.
子性朗銳 / 명철하고 예민했던 자네의 성품
是非較然 / 시시비비가 분명하여서
當官敢言 / 관직에 몸담고 감히 말하며
勇往直前 / 용감하게 앞장서서 나아갔었지.
人或不諒 / 사람들이 간혹 이해 못한 채
爲訐爲激 / 들추어 대면서 문제 삼아도
我知子心 / 나는 알았었지 그대의 마음
不負所識 / 아는 이 저버리지 않을 것임을.
風波之際 / 세찬 바람 험한 물결 일어나면서
使人震驚 / 공포의 분위기 감도는 중에
南遷北役 / 남쪽으로 옮겨 가고 북쪽에서 일했는데
身困心亨 /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형통했지.
我佩左玦 / 내가 좌천되어
于湖之錦 / 호남 지방 나주(羅州)로 내려갔을 때
子亦同累 / 자네 역시 죄를 같이 받고서
帶方是貶 / 남원(南原) 고을로 떨어졌었지.
京國杳然 /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
君親繫念 / 임금과 어버이 생각 잘 날 없는데
譬如逃空 / 비유하면 공곡(空谷)에 도망친 사람
思人滋甚 / 발소리만 들어도 반가웠던 것과 같았네.
音書數寄 / 서신을 몇 차례 부쳐 오면서
副以詩章 / 시문(詩文)도 함께 곁들였고
有時盍簪 / 때로는 직접 대면하고서
燒燭聯床 / 밤 가는 줄 모르게 얘기도 나눴었네.
帶爲盜藪 / 남원 고을은 도둑의 소굴
習成探丸 / 탐환 하는 습속 고질화되어
睚眦挺刃 / 눈 흘기고 칼 빼들며
殺人如管 / 짚단 베듯 사람 죽여도
官吏斂手 / 관리들 옆에서 구경만 한 채
莫之敢攖 / 누구도 감히 손을 못 댔지.
子有大勇 / 자네는 용맹심이 대단한 사람
不動色聲 /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沈機捕殄 / 기미를 포착하여 섬멸하면서
罔有遺育 / 악의 종자 하나도 남기지 않아
一方鏡淨 / 온 경내 깨끗이 정화시키자
巷塗謳咢 / 거리마다 환호성 울려 퍼졌네.
書生辦此 / 서생이 이 일을 마무리 짓자
聞者增氣 / 듣는 이들 모두가 사기가 앙양됐고
璽書進秩 / 성상도 교서 내려 직질(職秩) 올리며
聖褒優異 / 특별한 표창을 해 주셨는데
同還于朝 / 나와 함께 마침 조정에 귀환하여
聯武館閣 / 관각에서 동료로 근무하였네.
國有大議 / 나라에 큰 사건 발생하면서
矛盾互扼 / 창과 방패 양쪽으로 갈라섰을 때
利害之塗 /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
萬夫茅靡 / 모두들 휩쓸려 따라갔었지.
曾是百鍊 / 백 번 단련된 강철마저도
化爲繞指 / 유약한 몰골로 감겨 붙는 상황에서
子秉素履 / 자네는 평소 행동 견지하면서
不激不隨 /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으므로
端確之操 / 확신에 찬 그 절조(節操)를
君子稱之 / 군자들 칭찬했다오.
擬子後凋 / 그리고는 자네를 송백(松柏)에 비기면서
期之歲晚 / 오래도록 살아 주길 기대했는데
遽止於此 / 갑자기 이렇게 끝나고 말다니
天不可問 / 천도(天道)는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네.
嗚呼哀哉 / 아아 슬프도다.
曩問子疾 / 지난번 자네를 병문안 갔을 적에
風沴纏嬰 / 홍역 발진이 온몸에 돋았기에
殷勤告子 / 자네에게 이 병의 퇴치 방법을
衛生之經 / 곡진히 일러도 주었는데.
同病相憐 / 나도 병에 걸린 애달픈 처지라서
會面則稀 / 직접 얼굴 본 건 드물었지.
或告以劇 / 어떤 이가 위독하다 알려 주기에
亟伻候之 / 급히 사람 보내 살피게 하였는데
返以訃告 / 거꾸로 부음(訃音)을 전해 오다니.
眞耶夢耶 / 이것이 꿈인가 이것이 생시인가
入哭其床 / 이내 찾아가 침상 앞에 곡하려니
淚如決河 / 강물 쏟아지듯 눈물이 흐르누나.
人生脩短 / 수명의 장단(長短)은
命有所懸 / 인간의 힘 초월한 것
況子聞人 / 더구나 그대는 명성을 떨치면서
生不偶然 / 인생을 범연하게 보내지 않다가
緣盡而去 / 인연이 다하여 떠나갔으니
又何悲哉 / 또 슬퍼할 게 뭐가 있으랴.
獨有二親 / 다만 양친 부모 살아 계시어
垂白號摧 / 백발 드리운 채 쓰러져 통곡하니
逝者有知 / 망자(亡者)가 만약 이를 안다면
應不瞑目 / 눈을 응당 못 감으리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