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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제명한다고 역사가 바뀌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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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모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9 14:17 조회1,9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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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사5적 이었던 박제순은 제명할수 없나요


아마 중고등학교 학생인 것 같군요 (아니시라면 양해를 바랍니다). 혹 도움이 될지 몰라 몇 마디 전하고자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두 개 이상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자식에게는 한 없이 관대하고 자상한 사람이 자기 자신의 부모에게는 아주 불효(不孝)한 사람도 있고, 학생에게는 열심히 공부하라고 채근하면서도 자신은 공부를 게을리 하는 교사도 있고, 신도들에게는 착하게 살라고 떠들면서 자신은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성직자(종교지도자)도 있고.....

그런데 인간의 이러한 이중(삼중, 사중...)적 모습은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그 하나는 사인(私인)(즉 개인)으로서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공인(公人)으로서의 모습입니다. 사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사로운 개인의 모습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무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공인의 모습입니다.

공인의 모습이 문제가 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다른 사람들과 관련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문제는 더욱더 심각성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인물이 공인의 자격으로 한 일을 역사의 거울에 비춰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우리는 TV의 사극(史劇)에서 역사적 인물을 많이 대하게 되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그 드라마를 쓴 작가의 판단에 따라 등장인물들을 평가하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어떤 인물의 역사적 평가(즉 공인으로서의 평가)는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비교적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지만 사인으로서의 평가는 그 인물을 직접 대해보지 않은 후세의 사람들로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비록 어떻게 해서 평가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단편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요즈음 어떤 방송에서 방영중인 어떤 사극에 등장하는 어떤 역사적 인물에 대해 그 드라마의 작가가 “음흉하다”고 평가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는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평가입니다. 어떤 개인을 “음흉하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개인의 성격 전체를 재단(裁斷)해 버리는 독단(獨斷)이며 독선(獨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TV의 사극은 대개의 경우, 역사의 실존 인물들의 이름만을 빌어 만든 허구(虛構)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나 공인으로서의 평가, 즉 역사적 평가는 다릅니다. 역사적 평가는 후세인들의 평가이며 역사적 상황과 후세에 미친 영향 등을 고려한 공인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인으로서의 평가, 역사적 관점에서의 평가에 따르면 박제순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민족의 반역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는 구구한 변명이 있을 수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됩니다. 당시 그가 처한 상황을 아무리 고려하고 또 고려해도 그의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만약 그의 행위를 정당화한다면 그것은 곧 우리 민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사적 평가(공인으로서의 평가)는 언제나 냉엄(冷嚴)한 것입니다. 다만 공인으로서의 평가가 나쁘다고 해서 사인(私人)도 나쁜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따금 역사적인 평가가 좋지 못한 사람, 특히 박제순과 같은 민족 반역자를 우리 반남박가 가문에서 “제명”(除名)하자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반남박가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물어 족보에서 빼버릴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제순이라는 인물은 우리의 역사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 그가 반남박가라는 사실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를 “제명”한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이 없었던 것처럼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를 가문에서 “축출”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그가 민족의 반역자로 지탄받는 인물이라 하더라도 엄연히 반남박가 가문의 일원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 함께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족보를 만들 때 훌륭한 인물만 남기고 그렇지 않은, 즉 역사적 평가가 좋지 못한 인물은 모두 “제명”해 버린다면 그 족보는 이미 “족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은 싫든 좋든 우리 모두가 함께 안고 가야할 역사인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명문”(名門)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위 “명문”이라고 하는 집안은 거의 예외 없이 그에 대응하는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명문”이라고 알려진 대부분의 가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훌륭한 인물도 많지만 탐관오리(貪官汚吏), 역적(逆賊), 민족 반역자 등 역사를 더럽힌 인물들도 많습니다. 우리 반남박가 가문에도 역사적으로 자랑스럽지 못한 인물들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우리가 함께 안아야 할 역사요 현실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야말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것이 100% 완벽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것이 100% 잘못된 인물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공과 사를 분명히 해서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와 고통을 안겨주는 일이 없도록 늘 객관적인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훌륭한 조상에게서는 그 훌륭한 점을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그 반대의 조상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생각과 행동을 조심하여 뒷세상을 살아갈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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