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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 사랑](375) 길가는 사람(路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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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홈페이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16-03-29 14:29 조회1,7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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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평론가

입력 : 2008.04.03 22:50 Url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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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속셈을 "그 마음은 길가는 사람도 안다"라고 표현한다. 노인개지(路人皆知), 또는 노인소지(路人所知)라고 쓴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삼소제(三少帝)편의 주석(註釋)은 위나라 임금 조모(曹?:241~260)가 상서(尙書) 왕경(王經) 등에게 왕위를 위협하는 사마소(司馬昭)를 비판하며 "그 마음은 길가는 사람도 안다(路人所知也)"라며 토벌을 명했으나 되레 사마소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고 전한다. 조선 후기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즉위하자 집권 노론(老論)은 사헌부 집의(執義) 조성복(趙聖復)을 시켜 자신들이 임금으로 삼으려는 왕세제(王世弟) 연잉군(영조)에게 '대리청정시킬 것'을 주청하는 상소를 올리게 했다. 태종 때 같으면 대리청정 말을 꺼낸 것 자체로 삼족(三族)이 족멸(族滅)되었을 중죄지만 노론에 눌린 경종은 승낙과 취소를 반복했을 뿐이었다. '경종실록' 1년(1721) 10월조는 행사직(行司直) 박태항(朴泰恒)
등 28명이 상소를 올려 노론 대신들에 대해, "그 마음의 소재는 길가는 사람도 안다(其心所在, 路人所知)"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경종에 대한 역심이라는 뜻이다. '정조실록' 즉위년(1776) 8월조에 따르면 영남 유생 이응원(李應元)은 영조 38년(1762) 사대부도 아닌 나경언(羅景彦)이 사도세자를 고변하는 상변서(上變書)를 올리자 이를 비판했다. 그 글을 불태우지 않고 다급하게 영조에게 올린 것에 대해 "그 마음의 소재는 길 가는 사람도 역시 안다(路人亦知)"라고 비난했다. 세자를 죽이려는 노론의 음모라는 뜻이다. 최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티베트 독립 요구 시위를 '사마소의 마음은 길 가는 사람도 안다'고 비난했다. 티베트인들의 독립열망을 '사마소의 마음'으로 비유했다면 말은 맞지만 이 용어는 주로 부당한 속셈을 비난할 때 쓴다는 점에서 잘못된 인용이다. 독립국가 티베트를 식민지로 삼은 중국의 속셈이야말로 전 세계의 '길 가는 사람'도 모두 아는 바이다. 같은 '삼국지' 위서에 나오는 '이백위흑(以白爲黑), 즉 '흰 것을 검다고 한다'는 말이 적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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